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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난음식 즐거운생활

춘천닭갈비 [진주시 상봉동]


보건대 근처에 갔다가 다들 영업종료 직전인데 

이곳이 제일 늦게까지 하길래 들어갔다. 

진주에서는 닭갈비가 언젠가부터 삼현여중이냐 아니냐로 나뉜다.

여고도 붙었는데 여중이라고 못을 박았다. 

기억해보면 삼현여고 학생들이 좀 세련되고 예뻤던 거 같다. 

제일여고는 좀 순박해 보였고 진여고는 왠지 어쎈 초등동기들이 다 갔었고 

경해여고는 마주칠 일이 없어 내 기억엔 평양여고나 다름이 없다. 

도동에 있을 때 자주 들렀었다. 

갈 수밖에 없는 게 그 동네 먹을게 없었다. 

돼지갈비 아니면 분식 그리고 한참 기다려야 됐던 닭갈비.

스뎅 냉면 용기에 양념 가득 채워서 분주히 테이블마다 

뛰어다니면서 이마에 송글송글 땀방울 맺힌 사장님 모습이 아련하다.

이제는 50줄에 접어드셨을라나 모르겠다. 

전 테이블이 좌식으로 궁디 뜨끈하게 앉아서 먹을 수 있다.

여친이 부츠 신은 날에는 방문을 고려하자. 

홍어 전문점으로 만들 수는 없지 않은가...

캬... 상장처럼 붙은 요것. 

닭갈비의 본고장 춘천 사람들이 봐도 놀라 자빠질 삼현여중. 

삼현 이야기만 들으면 그 초록색 메딕 가방이 생각난다.

예쁜 이미지를 한방에 다운그레이드 시키는 초록색 메딕 가방 

버스에서 마음에 드는 여학생의 초록색 메딕 가방을 들어주는 것으로 

썸 타기 시작했던 시절이다. 누군가가 한 번도 가방을 안 받아 줬다면 

자신을 한번 되돌아보자. ㅋㅋㅋ 

청순한 여고생들을 영원히 지켜줄 것 같던 

동명고도 초전 벌판으로 이전하고.... 세월이 참 빠르긴 하다. 

주문한 3인분이 나왔다.

춘천과는 다르게 육수를 따로 붓는다. 

야채에서 나오는 물로만 닭갈비를 하는 곳도 있지만, 

경상도 특유의 "무도 되예" 의 압박으로 조리시간 단축용으로 

육수가 투입되는 듯. 

양배추가 숨이 죽고 국물색이 뻘개질 때면 

냉면 그릇에 김장양념 같은 걸 들고 나타나셔서 

디지털 맛 조절기처럼 매운 강도를 물어보시곤 

거기에 맞춰서 양념을 덜어내서 슥슥 비벼주신다.  

자꾸 옛날 생각이 난다. 종점에서 버스 타고 등교하는 친구가

여학생들을 두루 보고선 자율학습시간 혀놀림에 따라서 

3대 미녀 여고생 순위가 엎치락 뒤치락했다. 

가끔 순위에 불만을 가진 친구들은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ㅋㅋ 

녀석의 세 치 혀는 무술이도 민비로 바꿀 만큼 대단했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교복이 짧지 않았다.

지금처럼 짧은 교복이었다면.... 나를 포함한 우리 친구는 이미 책과 멀어졌을거고 

잦은 코피로 빈혈에 시달렸을지 모르겠다.


치즈는 2개 주문했다.

치즈가 넉넉히 들어가니 고소함도 살짝 나고 

매운맛도 중화되고 추천. 

사장님께서 이걸 사진 찍어라고 하셨다. 

닭갈비인지 찜인지. 찍어라고 해서 찍었는데 

입맛을 돋우기엔 역부족인 듯. 

예쁜 손 등장시켰다. 

삼현 소리에 괜히 쓰잘때기 없는 이야기가 많이 들어가 버렸다.

아무튼 고딩때 축제 사회도 보고 .... 그 시절 좀 아련하긴 하다. 

흠잡을 곳 없이 익숙한 옛날 맛 그대로다. 

건더기 건져먹고 밥도 비벼먹었다. 

치즈가 밥이 비벼질 때도 제 몫을 다하고 있다. 

치즈 투입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 인듯. 

여기까지 삼현이라는 이름으로 추억 돋는 닭갈비집 방문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