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커피를 삶아 마셔보고, 새로운 맛에 갈증하다
고소한 향에 끌려서 동네 참기름집에 방문합니다.
커피콩이랑 그나마 비슷해 보이는 메주콩을 구입했습니다.
구입당시 참기름집 할머니의 질문은 날카롭고 집요했습니다.
무엇을 할꺼냐 / 갈아서 마셔볼란다.
갈꺼면 갈아 놓은걸 사가라 / 안된다 기계로 갈아서 먹을꺼다.
보통기계로 잘 안갈린다 갈아놓은거 사라 / 괜찮다 갈 수 있다.
이해를 못하겠다 얼마치 살꺼냐 / 얼마치씩 파느냐
한되에 만원이다 / 헐...진짜 조금만 필요하다 맛보고 괜찮으면 더 사겠다.
그래서 한주먹 천원 주고 구입했다. 구입할때도 볶은 정도가 다른게 있는데
매 볶은걸 달라고 했습니다.
참기름집 나오는 순간까지 할머니께서는 제 뒷통수에다
"갈아서 먹을꺼면 갈아놓은걸 사가지....."라며
말끝을 흐리셨습니다.
자자 어렵게 구한 콩입니다.
과연 어떤맛이 날까.
머신에 넣어서 갈아 돌릴 생각을 하니 흥분이 되네요.
일단 미개한 국민이 아니기에 메뉴얼을 숙지합니다.
메주콩 넣지마라는 경고문은 안보이네요.
기존에 있는 커피콩을 제거 합니다.
그라인드 안쪽에 들어있는건 꺼내기 힘드네요.
일단 이정도 수거 후에
나의 사랑스러운 메주콩을 투입합니다.
맛나게 성공하면
참기름집 할매 사업자등록증 액자 옆에
소이빈로스팅 마스터라고 인증서 하나 붙여드리고 싶습니다.
잉~~ 힘찬 소리와 함께 그라인더 작동합니다.
갈려져 들어간걸 확인하고
웅~~ 소리와함꼐 콩피가 나옵니다.
에게...근데 커피랑 똑 같네요.
보니까 갈려진 커피가루가 3잔치 정도 기계내부에 있는거 같아서
3잔을 뽑어 내고 다시 도전합니다.
3잔 정도 되니까 메주콩이 가루가 섞여서 나오더군요.
자자 이제 드디어 온전한 메주콩 커피 나올 차례입니다.
이름은 제가 미리 콩피라고 지어놨습니다.
헉...커피는 안나오더군요. 잉~~ 웅~~~
웅~~ 할때 커피가 쪼로록~ 그러니까 콩피가 쪼르륵 나와야 되는데
픽~ 하는 소리가 나면서 한방울도 안 나옵니다.
신의 한방울인 콩피 획득에 실패.
미니 메주만 만들었네요.
새끼줄에 묶어 뒀다가 장이나 담궈야 될려나.
미니 메주. ㅎㅎ 귀엽네요.
커피 찌끄레기보다는 촉감이 단단합니다.
왜 콩피가 안되었는지 궁금해서 이래 저래 돌려보다
허준 동의보감 정신에 입각해서 먹어보기 했습니다.
헉...원인 발견....
마른 부분 보이시죠. 기계의 증기배출 압력이 낮았던지(가정용이라)
메주콩이 워낙에 빡빡해서 증기가 침투 실패하고
픽 하면서 김이 새버렸나보네요.
업소용 강력한 기계로 짜내면 콩피 맛을 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가정용 기계로하는 시도하지 마세요. 고장난 줄 알고 뜯고
청소하고 개고생 했습니다.
단. 미니메주를 획득하고 싶다면 만들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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